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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아한의원 노원점] 말복(末伏)에도 계속되는 더위, 아이 건강 지키는 생활 속 실천법

예봉아빠 2025. 8. 9. 10:00

기운이 지치기 쉬운 여름 끝자락, 아이를 위한 건강 관리 습관

삼복의 마지막 절기인 말복(末伏). 이름만 보면 더위가 끝나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폭염과 열대야가 정점을 찍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더위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체력은 조금씩 바닥나고, 잔병치레가 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지요. 무더위 속 아이들이 쉽게 지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덥다’는 것 이상으로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강한 햇빛 아래 장시간 노출되거나, 실내외 온도 차가 클 경우 여름 감기, 냉방병, 수면장애, 소화불량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땀을 지나치게 흘리고 찬 음식만 찾게 되면 속은 냉해지고, 열은 겉으로 올라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죠.

말복을 맞아 아이가 건강하게 여름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활 속 건강 팁 4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여름철 아이의 ‘서병’,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아이들이 더운 날 유독 짜증을 많이 내고, 식욕이 줄어들며 찬 것만 찾고,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면 흔히 말하는 더위 먹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서병(暑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짜증이나 피로처럼 보여 부모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넘기기 쉬우나, 반복될 경우 가을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서병이 오래 지속될 경우 아이는 쉽게 두통을 호소하고, 밥을 먹다가 헛구역질을 하는 등 속이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상태를 ‘복서(伏暑)’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여름철 더위를 잘 이겨내지 못한 채, 기력이 소모된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속에서도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 습관과 식사, 수면, 운동 전반에 걸쳐 관리가 필요합니다.


2. 아침 식사, 더울수록 더 챙겨야 하는 이유

무더운 날에는 밥맛이 없어서 아침을 거르기 쉽지만, 아이의 체력 유지를 위해서 아침 식사는 꼭 챙겨야 합니다. 체력이 바닥나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더 쉽게 받게 되는데, 특히 기온 변화나 더위 같은 자연적인 스트레스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는 ‘정기존내 사물가간(精氣存內 邪不可干)’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풀어보면, 몸 안에 기운이 충실하면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침을 굶은 채 기온이 올라가는 낮 시간을 보내면, 아이는 더욱 쉽게 지치고 과도한 열이 몸에 침입하기 쉬워집니다.

아침 식사는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죽, 미음, 계란찜, 두유나 과일 등 가볍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간단하게 챙겨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공복 상태로 무더위를 맞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3. 속열 다스리는 제철 과일, 올바르게 먹는 팁

더운 여름을 보내는 데 있어 제철 과일은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입니다. 특히 수박, 참외, 멜론, 자몽, 망고 등은 수분이 풍부하고 열을 식히는 성질을 갖고 있어 아이들의 속열 완화와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박은 위와 장의 열을 내려주고, 소변 배출을 촉진해 무더위로 쌓인 내부 열을 자연스럽게 내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몸이 뜨겁고 피부가 유난히 열감 있는 아이의 경우, **수박의 하얀 부분(껍질과 가까운 부위)**을 활용한 요리로 증상 완화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조리 팁도 소개합니다. 수박의 하얀 부분을 잘라내 채반에 받쳐 비닐을 덮은 채 냉장고에 2~3시간 정도 보관하면 수분이 빠집니다. 이 상태에서 오이처럼 무쳐 나물 형태로 조리하면 아이가 거부감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여름 반찬이 됩니다. 단, 너무 차게 먹거나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속을 차게 할 수 있으니 적당한 양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땀 흘리는 운동, 해가 진 뒤가 적기

아이들이 더위에 약한 이유 중 하나는 땀이 많고 체온 조절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땀을 흘리면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해 속에 습과 열이 정체되기 쉽습니다.

습과 열이 함께 쌓이면 이를 ‘습열(濕熱)’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몸 안의 순환을 방해하고 피로를 더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이 가득 담긴 주전자는 열을 받아도 쉽게 식지 않듯이, 체내 수분과 열이 동시에 많으면 체온 조절이 더 어려워집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저녁시간대 가벼운 운동이 좋습니다. 해가 지고 기온이 내려간 뒤, 자전거 타기, 줄넘기, 산책 같은 간단한 활동이라도 아이의 체내 순환을 도와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운동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놀이 형태로 신체 활동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름철 수면 관리도 중요! 야제증 의심 신호는?

무더위가 계속되면 아이들의 수면 리듬도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열대야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깊은 잠에 들기 어렵고, 자다가 자주 깨는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특히 속열이 많은 아이들은 체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아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수면 중 깨어나 울거나 칭얼대는 현상이 잦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일주일에 4회 이상, 한 달 가까이 지속된다면, 일반적인 일시적 수면 문제를 넘어선 **야제증(夜啼症)**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수면 상태가 장기적으로 나빠질 경우, 일상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수면 전 과도한 자극을 줄이고, 체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따뜻한 물 목욕, 얇은 이불, 정해진 취침시간 유지 등이 도움이 됩니다. 불면이나 야제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가 상담을 통해 체질에 맞는 조치를 고려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말복은 단순히 ‘더위의 끝’이 아닌, 여름 건강을 마무리하는 전환점입니다. 무더위로 인해 소모된 기력을 회복하고, 남은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생활 속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건강은 사소한 식사 습관, 하루 한 시간의 활동, 한 그릇의 제철 과일, 숙면을 위한 준비 등에서 시작됩니다. 더운 여름, 아이의 속을 지키고 기력을 보충하는 작은 노력이 쌓이면, 가을과 겨울을 더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의 관심이야말로 아이에게 가장 좋은 보양이라는 사실, 잊지 마세요.